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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 일상

코로나 19로 잃어버린 시간 2020, 시간을 그냥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

by THANKS.MOMENTO 2020. 9. 29.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려 한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왔지만 육아를 하면서 집에만 있다 보니 조금씩 손을 놓게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큰 이유는 이런저런 상황과 한 살 한 살 먹으며 경험하고 겪으며 자리 잡은 나의 생각, 모습들이 변했다. 그래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기록하고 싶었고 그것을 티스토리에 적어보려 한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내가 품고 있는 생각, 경험하는 것들, 새로 얻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올해 초, 코로나 19가 발생하여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길게 갈 줄 몰랐다.

하물며 메르스 때에도 뉴스를 보며 '아, 저런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을 정도였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지나갔었다.

그래서 처음 코로나 19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며 또다시 '아, 저런 일이 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로 시간이 흘러 지금 9월 추석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19가 무서웠고, 짜증도 났고, 한숨도 나왔고,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코로나 19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은 것 없고, 아무런 발전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무서웠다. 코로나 19가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데,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1년이 될 수도 있고 2년이 될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건데 말이다.

 

아이를 기관에 맡기지 못하고 가정보육을 하게 되니 다른 무얼 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루 종일 맑은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며 '나 잘하죠? 이것 봐요! 나 좀 봐주세요!' 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잠시라도 눈을 돌리면 자기 좀 보라고 손짓과 발짓 그리고 큰 목소리로 내가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릴 때까지 계속 어필하고 있다.

다른 무언가를 하다가 그걸 깨달았을 때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오고 간다.

내가 '나'를 위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삼시세끼 챙기고, 집안일을 하며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다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해야 되는데, 언제 하지? 이러다가 시간만 계속 흐르겠다'는 생각만 하게 되고 결국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밤이 되었다.

아이를 재우고 잠든 아이를 들여다보면 하루종일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며 씨름한 것 같은데 아이의 눈은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이와 놀 때에는 제대로 집중하여 아이의 눈도 많이 맞추고 바라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씩이라도 '오늘은 해냈다'는 작은 성취부터 맛보자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지 두 달.

아직 아이와 집중해서 너무 잘 놀아줬다는 스스로 만족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아이와 놀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쫓기고 그런 강박을 가지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 일수였는데 이제는 짜증이 줄었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TV나 핸드폰 사용을 하지 않고, 잠시 사람 없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거나 뒷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 시간에는 자연을 접하기도 하고, 아이의 신체활동도 하는 데다 엄마가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느낌에 아이는 너무나 좋아한다.

그렇게 스페셜하지 않은 집에만 있는 날에도 매일 하는 놀이지만 집중하여 놀다 보면 아이의 만족도 올라갔다.

 

그리고 아이와 놀면서 중간중간 아이가 간식을 먹으며 잠시 유튜브를 보거나 혼자 놀이에 빠져있는 동안 책을 한 장 읽기도 하고, 두 장 읽기도 하고 아이가 길게 집중이라도 해 주는 날이면 한 챕터를 읽기도 했다.

영어 문장 하나를 하루 종일 되뇌고 아이에게 말하며 실전에 써먹기도 했다.

그렇게 문장 하나라도 책 한 장이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 나니 작지만 성취감도 느꼈고, 내일은 더 열심히 지내봐야지 하는 의욕도 생겼다.

 

코로나 19로 몸도 마음도 지쳐 무기력하게 지냈던 지난 시간이 아깝지만, 이제라도 깨닫고 생각과 마음을 달리하니 오히려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처럼 아주 작을지라도 조금씩 몸도 마음도 더 발전하는 2020년이 되었으면 한다.

2021년이 되었을 때 '그래도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았구나'하는 정도의 생각이 든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보고자 이 블로그도 시작해본다.

빠르지는 않아도 꾸준한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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